티스토리 뷰

나의 첫 번째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얼마 없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이었다. 처음으로 직장인이
된 설렘과 책임감으로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작은 회사들이 늘 그렇듯
신입이라고 해도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 하루에 다섯 여섯 개의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입사 첫날부터
일을 쳐내는 데 급급한 야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잘 해내야 해, 최선을 다해야지 하며 일을 했다.


일을 잘하고 싶었다. 번아웃이 오는 마음을 무시하며 일을 계속하자 사람을 만나기가 싫어졌다. 혼자
서점에서 책을 들추다가 허지원 작가의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를 접했다. 심리학과 관련된 책이었고
내용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여태 말했듯이 ‘어쩌라고’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어쩌라고’ 하면서 기억과 사고를 다 잡으세요.” 심리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일에 관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일에 대한 부담감과 중압감에 얼룩진
직장생활을 할 때 가져야 할 정신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 책은 직장에서의 불안감과 통제 불능성으로
괴로울 때 가지면 좋은 마음을 알려준다. “직장은 자아실현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직업이나 성취는
당신의 조각 중 한두 개를 구성할 뿐입니다. 책임감은 가지되, 직장에서의 성취로 자신을 말하지
말아요.” 어쩌면 나는 직장인으로서만 살았던 건 아닐까.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눈 앞을 가려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렸던 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직장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고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직장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계속할 때 번아웃이 온다. 100%의 마음으로 직장을 대하면 성취감이
100%이지만 상처도, 스트레스도 100%이다. 나는 요새 등산을 시작했다. 산길을 걷는데 집중 하다보면 일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온전한 나만 존재한다. 그렇게 직장과 나를 분리하려 노력한다. 직장 밖의
내가 있어야 직장 안의 나도 오래 버티기 때문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