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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것과 정반대의 영화가 있다면 바로 데어윌비블러드라고 말하겠다. 그럼에도 봐야 하는 이유라면 욕망 어린 한 인물의 망가져 가는 변화가 노골적이고도 광기가 어려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리가 부러져도 은이 먼저인 욕망 그 자체 대니얼 플레인뷰

자체적으로 정한 우리 집 금요일 밤 영화의 날에 사전 정보 없이 봐서 의자에 눕듯이 앉아 있다가 자세를 고쳐 잡고 보게 된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다 보고 나면 집어 삼킬듯한 욕망으로 불타오르는 대니얼 플레인뷰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되는 영화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석유산업의 초기 시점으로 배경으로 석유 업자 대니얼 플레인뷰의 흥망성쇠를 담았다. 주인공 역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서부시대 핏이 영화의 매력을 더해준다.

 

2008년 개봉 당시의 포스터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처음 알게 된 영화로 초반부엔 무성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말 한마디 없이 은광에서 돌을 캐내는데 여념이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떨어져 기절하고 깨어나 다리가 부러진 것을 알게 되어도 지하 구덩이에서 은을 발견하고 침을 퉤 뱉어 확인한 뒤 팔기 위해 기어가는 그의 집념을 볼 수 있다. 

 

대니얼 플레인뷰와 H.W.

죽은 직원의 아들을 아들로 삼아 데리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가족 사업이라며 강조하는 대니얼 플레인뷰. 아들이 장애를 입기 전까지는 장난도 치고 꽤 친자식처럼 여기는 마음이 강했지만, 아들을 학교로 강제로 보내버리고 자신의 사업이 부를 이룰수록 아들과의 사이는 멀어진다.

 

폴 선데이와 일라이 선데이

 

대니얼 플레인뷰에게 석유 땅을 판 선데이가족의 일라이 선데이는 속물적인 사이비 교주다. 주인공과 비슷한, 욕망에 가득찬 인물이다. 초반에 주인공에게 찾아와 석유 땅이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고 600달러를 받고 사라진 쌍둥이 폴 선데이와 달리 일라이 선데이는 주인공과 여러 차례 이용하고 속이고 이용하는 관계를 엎치락뒤치락 하다 결국 주인공에게 맞아 죽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일라이 선데이 역의 폴 다노는 이 영화를 찍을 때 거의 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마지막 씬의 대사 "I'm finished." 는 대니얼 플레인뷰 자신이 '살인을 했기에 끝났다'와, '자신의 욕망 어린 삶에 지쳤는데 이제 끝낼 수 있게 되어서 좋다'는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I'm finished.

죽은 자의 피와 석유의 검은 색이 겹쳐 보인다. 무성 영화 같은 침묵에서 시작한 영화가 마지막에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폭죽 터지듯 끝난다. 깊은 욕망이 이끌어가는 삶의 마지막을 좋게 끝내는 영화는 없다. 핏줄도 석유도 그의 파멸을 당길 뿐이었다. 하지만 대니얼 플레인뷰가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비록 돈 외에 가족과 인간관계를 잃고 술에 절어 망가지는 말년을 살다 살인까지 저질렀지만, 폭발적으로 살다 끝낸 인물이다.

찰리 채플린이 말한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를 아주 충실히 이행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그의 i'm finished가 허망하기도 하고 묘하게 기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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