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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라고...?

심심했던 크리스마스 언저리의 저녁, 넷플릭스를 한없이 떠돌다가 아무 정보 없이 단순히 제목이 끌려서 선택한 컨텐츠.

주인공 캐럴의 어쩐지 냉소적이고 우울해 보이는 모습에 계속 보게되는데 그와 대비되는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에 시선이 계속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랙코미디와 철학을 버무린 명작🥹


아래부터는 스포 ------------------------------

왜 일을 하는거야?

지구멸망의 카운트다운 아래, 욕망에 충실한 쾌락주의자들 사이에서 캐럴은 취직을 한다. 더 이상 돈도 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세상에서!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다.
나는 월화수목금 일하고 지치고 힘든데 일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캐롤의 고구마 백개 먹은 듯한 답답한 행동에 그만 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걸 막기위해서 끝내주는 애니메이션을 표현수단으로 선택한걸까?

파도는 누구에게나 같지만 어떤 이에게는 완벽하고 어떤 이에게는 부족하다.

캐럴은 수많은 파도를 찾아 자유롭게 떠났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실망에 젖어 백사장에서 앉아있다가 옆에 나타난 정신이상자의 말을 듣고 숲속으로 떠나 개고생을 한 뒤 원래 자신이 있었던 백사장으로 돌아와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파도가 완벽하다는 걸 깨닫는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왠지 영화 에브리띵에브리웨어올엣원스가 생각났다.

사실 멋져보이는 사람들도 다들 남을 부러워한다

캐럴보다 멋져보이는 동생이 사실은 캐럴의 행동과 취향의 확실함을 부러워했다는 에피소드와 잃어버린 물건들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가지 관점과 스토리가 있다.


우리는 한순간도 남이 되어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의 속내를 알지못한다. 공감하지 못한다면 존중해줘라 라는 말이 무색하게 남을 보면 먼저 편견부터 씌워버리고 안 좋게 보곤 했던 요즘을 반성하게됐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이직한 회사에서 신규사원의 눈에는 주먹구구 처럼 보이는 사정과 히스토리에는 사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거라는 예전에 느꼈던 깨달음도 애니메이션를 보면서 함께 슉 지나갔다.

타인에게 친절하라. 그대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현재 그들의 삶에서 가장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 플라톤

캐럴은 오직 캐럴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동료들의 이름을 외워서 부르기, 사내 모임만들기, 죽은 동료를 기리기 등. 기분전환이라는 회사를 인간답게 만들어간다. 그녀의 힘은 자기 욕망에만 충실히 사는 사람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함께 어울려 살기라는 따듯한 바람을 불어 넣어준다.

충족감과 소속감 그리고 따듯함, 이와 같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사람들은 먼 바다와 낯선 나라를 그토록 헤매나보다.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타인에게 관심을 주는 캐럴같은 사람이 참 귀한 세상이다.

감정이 움직이는 순간이 살아있는 순간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나는 여러 날을 죽은 채로 살아왔다. 하지만 어제 오늘은 캐럴의 이야기를 보면서 잠시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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