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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빵순이다. 대전 성심당부터 풍년제과, 쟝블랑제리, 오월의 종, 행운당 등등 많은 빵집을 순례했다. 어디를 가도 우선 디저트를 잘 하는 카페나 가게 정보를 먼저 검색하곤한다.
그 중에 유독 좋아하는 빵이 있다. 질기고 달지 않은 바게트 종류.
누구에게나 힘든 때이겠지만 나에겐 특히 힘들다고 느껴졌던 고삼 시절, 야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 스타렉스 차에 치였다. 몸이 붕 뜨고 뒤로 밀쳐져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안경은 날아가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프지도 않았고 순간적으로 멍하게 안경이 어디갔지... 하고 아스팔트 위를 더듬었다. 실려가는 와중에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하면서 신음이 나와 어금니를 앙 다물었다. 멍 하다가 밤늦은 응급실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급 인생에 현타가 밀려왔다.
처음 겪어보는 큰 사고를 뒤로 하고 다시 책상에 앉아 펜을 들었는데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즈음에 나는 아주 세상을 다 산 기분이 되어 그 어떠한 일에도 크게 신경쓰이지도, 마음이 가지도 않았는데 어딘가를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 저녁엔 아주 세상이 헛헛해보였다. 자리가 많았지만 전동차 입구의 유리창에 비춰진 내 얼굴을 멍하니 보며 서있었다. 누가 내 옷을 잡아당겨 보니 어떤 꼬마애가 빵을 손에 들고 서있었다. 그애가 내게 빵을 내밀었는데 나는 조금은 황당한 기분이 되어 꼬마애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웃으며 '학생 빵 먹을래요?' 라고 말했고 얼떨결에 빵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빵은 조금 질기고 아무 맛도 안나는 것 같았는데 씹을 수록 고소했다.
그 모자는 금방 내렸고 가면서 나에게 새 것같은 빵봉지를 통째로 주며 힘내라고 말했다. 어리둥절함에 빵을 쳐다보다가 다시 유리창에 비춰진 내 얼굴을 봤는데 좀 전과는 다르게 얼굴에 웃음기가 있었다.
누군가의 댓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처음 받아보는 기분은 생소했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바게트를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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